2005년도 상영된 ‘웰컴 투 동막골’이라는 영화는 전쟁 중인 줄도 몰랐던 한마을에 국군, 인민군, 연합군이 우연히 모여 겪게 되는 갈등과 화해를 그린 전쟁 드라마입니다. 영화 속에서 감자를 캐던 주민들과 멧돼지에게 쫓기게 된 국군, 인민군, 연합군이 힘을 합쳐 멧돼지를 잡은 장면은 긴장과 큰 웃음을 주었던 게 잊히지 않았습니다. 멧돼지에게 쫓기던 국군이 멧돼지에게 들이박히지 않고 빠르게 달려가던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멧돼지는 깊은 산속에서나 만날 수 있는 야생 동물이었는데 언제부턴가 도심 속에 출몰한 야생 멧돼지로 인한 피해 사례를 뉴스에서 자주 접하게 되었습니다.
지방에서 농사를 짓고 계시는 부모님한테도 멧돼지 때문에 고구마 농사를 망쳐 피해가 크다는 얘기를 듣고도 시골이다 보니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에 현실적으로 와닿지 않았습니다. 농작물을 파헤치거나 훼손시켜 농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멀리 지방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가 얼마 전에 북한산으로 산행을 하러 갔다가 등산객에게 위협이 되는 야생 동물로 손꼽히는 동물이 야생 멧돼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공격성이 심한 야생 멧돼지의 개체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서울 인근 등산객들이 자주 찾는 북한산국립공원 내에서도 멧돼지의 흔적이 관찰되어 각별한 주의해야 한다는 안내문도 붙어 있었습니다. 산행하다가 만약에 혼자 멧돼지를 만난다면 빠르게 달려 도망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 본 것처럼 멧돼지 앞에서 뛰어 달아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행동이라는군요. 절대로 멧돼지보다 빠르게 달아날 수는 없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야생동물은 사람보다 감각기관이 발달하여 먼저 사람을 감지하고 자리를 피하지만 갑자기 마주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해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뒤도 안 돌아보고 뛰어갈 것 같습니다.
북한산국립공원에서 등반객들에게 알려주는 멧돼지와 마주쳤을 때 대처요령에 대해 알려주겠습니다. 산행을 하다가 멧돼지를 만나게 되면 일단 긴장하지 말고 침착하고 빠르게 상황을 판단하고 행동하길 권하고 있습니다.
▲ 멧돼지를 만나면 뛰거나 소리 지르는 행동을 하지 마세요.
멧돼지가 놀라서 먼저 공격할 수 있습니다. 멧돼지가 먼저 도망가게 하려고 주변에 있는 돌을 던지거나 소리를 지를 수도 있는데 멧돼지가 흥분해서 더 위험해질 수 있다고 합니다.
▲ 멧돼지에게 등을 보이지 말고 눈을 똑바로 쳐다본 채 움직이지 마세요.
등을 보이며 뛰거나 하는 행동은 겁을 먹었다고 생각하기 쉬워 멧돼지가 공격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절대 등을 보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멧돼지의 눈을 응시하며 조용히 물러서서 자리를 피하도록 하며 나무 위나 높은 지대로 이동하도록 합니다. 만약, 멧돼지가 공격해 온다면 무작정 도망가지 말고 서 있는 위치에서 옆으로 재빨리 이동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멧돼지는 급정지나 급커브가 쉽지 않기 때문이랍니다.
▲ 우산이나 큰 천이 있으면 얼른 펼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멧돼지는 시력이 안 좋기 때문에 우산이나 큰 천을 펴면 바위나 장애물로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멧돼지는 빨간색을 싫어한다고 하니 등산복이나 등산화에 빨간색을 매치하는 것도 한 방법이랍니다.
▲신속하게 119에 전화해 신고하도록 합니다.
혼자 산행하다 마주쳤는데 전화할 정신이 없겠지만 위험한 순간이 지났더라도 신고를 하는 것이 산행을 하는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여럿이 산행하다 맞닥뜨렸다면 침착하게 신고 전화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정된 탐방로를 이용해야 합니다.
대부분 야생동물은 사람보다 감각기관이 발달하여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길은 사람을 감지하고 먼저 자리를 피한다고 합니다.
▲단독 산행보다는 2인 이상 동행하도록 합니다.
혼자보다는 여럿이 다니는 것이 야생 동물들에게는 위협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멧돼지 털 등 흔적을 발견하면 즉시 자리를 피합니다.
야생 멧돼지의 개체 수가 많이 증가하게 되어 새끼를 데리고 다니는 멧돼지가 많은 편이랍니다. 새끼를 거느린 멧돼지의 경우 보호본능으로 공격성이 더 강하기 때문에 난폭해질 수 있으니 이런 흔적이 발견되면 피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합니다.
▲멀리서 멧돼지의 인기척을 느끼면 방울 등 소리를 내어 멧돼지가 도망가게 해야 합니다.
맞닥뜨리지 않았을 경우 멧돼지가 먼저 피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야생 동물은 일부러 사람을 찾아오지 않는다고 하네요.
봄이 되어 많은 등산객이 산행하고 있습니다. 봄철 산행에서 멧돼지를 만나더라도 절대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하는 것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합시다.